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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02 유럽여행: 자랑하기 좋아하는

2008/12/02
유럽여행: 자랑하기 좋아하는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쾰른, 17일째

짜라는 참으로 자랑하기를 좋아한다.
또한 부끄러움도 모른다.

여행을 하면서, 짜라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서슴없이
블로그에 여행 후기를 일기처럼 혹은 기행문처럼 써서 올리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주소도 알려 주고 시간 나면 보라고 당부하는 것도 있지 않는다.

글을 잘 쓰면서 그러고 다니면, 그럴 만도 한데 사실 글도 잘 쓰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 떠벌이지 못해 안달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자랑이면서도 자랑이 아닌 게 된다.
자랑이라면 잘 하는걸 이야기해야 자랑인데, 짜라는 항상 뭔가 부족한 것들을 자랑하고 다닌다.

이것이 짜라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인 게다.

왜 이렇게 불완전한 나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를 바라는지 알 순 없다.
단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뿐 어떤 생각이나 기준 혹은 철학 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익계산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 것일 뿐.

이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지금 쯤 계산기를 두려 득실을 따질 때인지도 모른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 결과대로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잘 알고 있다. 사람들에 관심밖에 이야기들을 아무리 정성을 쏟아 이야기 해 보아야 듣는 사람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행동을 발견할 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지만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반복 하고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하더니 내 마음조차 모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멈추고 싶다.
예전엔 그 반대를 멈추고 싶어 했고, 그래서 멈추었다.
그리고 바꾸었다.
그것이 지금에 모습이다.

부끄러워 하지 말라.
남에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
뜻을 굽히지 말라.
말에 무게를 너무 싣지 말라.
가벼이 행동하라.

바꾸고 보니, 또다시 이게 아닌가 싶다.
천박하고, 경박하고, 가볍고, 진중하지 못하다.

상황에 따라 이럴 땐 가볍고 경박한 것이 좋고,
저럴 땐 무겁고 진중하며 진심을 은근히 비치는 것이 좋다.
하나는 예전의 내 모습이고, 하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무거우면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힘들다.
가벼우면 마음을 나누는 벗을 섬기기 힘들다.

양자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들만 취할 수 도 있는 것인가?
가능 할 듯 생각이 든다. 욕심이 든다.


아직껏, 기대만큼의 경박함을 취하지 못했다.
부족함을 알기에 더욱 가벼움을 활발함을 품고자 했다.
그 끝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다시 무거움을 그 은근함을 탐내는가.

욕심이 많다.


모든 사람들이 혼곤한 잠에 빠져든 01:30.
짜라는 한국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외화송금 문제를 알아본다.
금요일 저녁에 보낸 돈은 아마도 월요일에 처리되어 3일 후에나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욕심들이 몸에 달라 붓은 잠들을 털어내려 열심히 빗질을 한다.
짜라는 그 욕심들을 밀쳐내고, 떨어져 바스러진 잠들을 주워 가슴에 품는다.


작성: 2008/12/02